소망 말씀(설교 말씀)

하나님이 계시는 곳은 (이사야 53:2-7)

분당소망교회 2021. 6. 8. 14:51

 

하나님이 계시는 곳은

 

 

 

이사야 53: 2~7 

 

 

성탄절은 기독교의 가장 즐거운 명절입니다. 제가 성탄절 예배를 준비하면서 하나님께 하나님, 만약 금년 성탄절이 제가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성탄절이라면 이번 성탄절에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라고 기도했습니다.

 

어떤 거리에 마틴이라는 구두장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창문이 하나밖에 없는 지하실의 작은 방이 마틴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창문이 길 쪽으로 뚫려있었습니다. 그 창 너머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마틴은 오래 전 아내가 죽고 세 살짜리 아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들도 어느 정도 자라서 이제 한결 안정되었다고 생각할 즈음에 그만 병으로 앓아 눕더니 일주일가량 신음한 끝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마틴은 아들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자 실의에 빠졌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비참한 마음이 들어서 제발 죽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고향의 노인이 마틴을 찾아왔습니다. 마틴은 그 노인과 세상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전 이제 사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그저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신세타령,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노인이 말했습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우리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이러쿵저러쿵 비판하면 안 되네. 무슨 일이건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야하네. 비록 자네 아들은 안타깝게도 죽었지만 자네는 살아야하네. 거기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네.”

마틴이 노인에게 묻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제가 살아야합니까?” 노인이 말합니다. “하나님을 위해 살아야 돼. 하나님을 위해 살면 아무 걱정이 없고 모든 일이 편안해 진다네.” 마틴은 잠자코 있다가 한참 후에 입을 엽니다. “그럼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이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건가요?” 노인이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위해 살 수 있느냐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다 가르쳐 주시네. 자네 글 읽을 줄 알지? 성경을 사서 한 번 읽어보게. 그렇게 하면 하나님을 위해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거야. 성경에는 무엇이든지 다 쓰여 있으니까.”

노인의 말은 마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날로 당장 커다란 활자로 찍힌 성경책을 사다가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요일이나 기독교 절기 때만 읽을 생각이었지만, 한 번 성경을 읽기 시작하자 완전히 빠져들어서 날마다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골똘하게 성경을 읽은 나머지 램프의 석유가 다 타는 것도 몰랐던 적도 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하나님을 위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점점 더 분명해졌습니다. 마음이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전에는 누워서도 꺼질듯 한숨만 쉬며 죽은 아들의 일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로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일을 다 주님께 맡깁니다.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라고 기도드릴 뿐이었습니다.

 

그 뒤부터 마틴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휴일 같은 때는 빈둥빈둥 놀러 다녔습니다. 아는 사람과 한잔 들이키고 나면 별로 취하지도 않았는데도 공연히 쓸데없는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호통을 치곤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조용하고 만족스런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정한 시간만큼 일하고 난 뒤에는 벽장에서 성경을 꺼내놓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뜻을 알게 되어 마음속은 더욱 밝아지고 더 즐거워졌습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마틴은 그날 밤도 늦게까지 성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누가복음 6장을 읽었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누가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대주고, 누가 겉옷을 빼앗거든 속옷마저 내어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는 되받으려고 하지 말라. 너희가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그 다음 구절도 읽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 말은 실행하지 않느냐,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사람은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큰물이 들이키더라도 그 집은 튼튼하게 지었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기초 없이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큰물이 들이키면 그 집은 곧 여지없이 무너지고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 말씀을 읽은 마틴은 마음속에 더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생각에 잠깁니다. ‘내 집은 어떤가? 내가 지은 집은 반석 위에 서있는가? 모래 위에 서있는가? 반석 위에 서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를 어찌하나? 아니야 그래도 더욱 열심히 하자. 하나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

마틴은 그만 자려고 했지만 쉽사리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7장을 읽었습니다. 백부장의 이야기를 읽고, 과부 아들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부자 바리새인이 그리스도를 자기 집에 초대한 데까지 읽었습니다. 죄 많은 여자가 그리스도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그 위에 눈물을 뿌리니 그리스도가 그 죄를 용서했다는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이런 구절도 읽었습니다.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내 발을 닦아주었다. 너는 내 얼굴에도 입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 맞추고 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발라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라주었다.’

마틴은 혼자 생각했습니다. ‘발 씻을 물을 주지 않고, 입을 맞추지도, 머리에 기름도 발라주지도 않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내가 그 바리새인과 같은가봐.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해왔어. 차를 마시고 싶다든지 따뜻하고 깨끗한 옷을 걸치고 싶다는 오직 내 생각만. 그런데 손님은 누군가? 다름 아닌 하나님이시다. 만약 하나님께서 나를 찾아오시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틴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마틴 문득 누군가가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틴은 깜짝 놀라 누굴까 생각합니다.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도로 몸을 굽혀 엎드리자 또렷한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틴, 내일 길을 내다보아라. 내가 갈 것이다.’ 마틴은 의자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기 시작했습니다. 꿈결에서 그 말소리를 들었는지, 깨어서 들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등불을 끄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마틴은 날이 새기 전에 일어나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 후 난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보리죽을 끓이고 창가에 앉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마틴은 일을 하면서도 어젯밤 일만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 목소리라 들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틴은 일을 하기 보다는 창 너머로 길을 내다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정원지기가 지나가는가 하면 지게를 진 일꾼도 지나갔습니다. 그 뒤로 늙은 일꾼이 손에 삽을 들고 창밖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늙은 일꾼은 스테파니치 라고 불렸는데 옆집 상인이 인정상 데리고 있는 일꾼이었습니다. 정원지기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 그 사람의 일이었습니다.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마틴은 혼자 웃었습니다. ‘나도 이제 늙어서 노망이 든 모양이야. 스테파니치가 눈을 치고 있는데 그리스도가 내게 오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니 말이야. 내가 이제 정신이 나갔나봐.’

그러나 마틴의 마음은 다시 창밖으로 끌렸습니다. 창 너머로 바라보니 스테파니치는 삽을 벽에 기대놓고 햇볕을 쬐는 것 같기도 하고 쉬는 것 같기도 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젠 늙어서 눈을 쳐낼만한 기력도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마틴은 차라도 한 잔 대접할까 생각하고 바늘을 꽂아놓고 일어났습니다. 차를 준비한 다음 손가락으로 창문 유리를 똑똑 두드렸습니다. 스테파니치가 창가로 다가왔습니다. “들어와서 몸 좀 녹이지 그래.” 마틴이 말했습니다. “아이고 고맙네.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구먼.” 스테파니치가 대답하고 들어왔습니다. 장화에 묻은 눈을 털어내는데, 그러면서도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마틴이 부릅니다. “자 어서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게.” 차를 대접합니다. 스테파니치는 차를 다 마시자 잘 마셨다고 고마워했는데, 마틴의 눈에는 어쩐지 좀 아쉬운 모습이 남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잔 더하지 라고 말했더니 흔쾌하게 받을 채비를 차립니다.

차를 따르면서도 마틴 눈은 자꾸 창밖으로 돌렸습니다. 그러자 스테파니치가 묻습니다. “자네 누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나?” “사실은 내가 어제 저녁에 성경을 읽었는데, 그리스도가 이 세상 여러 곳을 다니면서 고생하신 일들, 하신 말씀들 그리고 하신 일들을 보았다네. 잘 들어보게. 그리스도가 말이야 바리새인에게 오셨는데 바리새인이 대접도 하지 않는 대목을 읽었고, 나는 엊저녁 그 구절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네. 그리스도를 대접하지 않는다니 그게 될 말인가? 그러나 혹시라도 그리스도께서 내게 오신 일이 있다면, 내가 어떤 대접을 했을까? 이런 일을 생각하는 동안에 가물가물 잠이 들었지. 그렇게 졸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겠나. 일어나 귀를 기울이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내일 기다려라 내가 가겠다.’ 라고 하지 않겠나. 그것도 두 번이나 되풀이해서 말이야. 그 말이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자꾸만 그리스도의 방문이 기다려지네.”

마틴은 다시 스테파니치의 컵에 차를 가득 따랐습니다. “자 기운 나게 한 잔 더 마시게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리스도도 이 세상을 두루 다니실 때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가리지 않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오히려 더 보살펴 주셨을 것이 틀림없네.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하시고, 제자도 우리네 같은 사람, 우리네 같이 죄 많은 사람 가운데서 취하셨지. 마음이 교만한 자는 오히려 아래로 떨어지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위로 올라간다고 말씀하셨지. 너희들은 나를 주님이시여! 하고 부르지만 나는 너희들의 발을 씻어주겠다.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자는 오히려 하인이 되라고 말씀 하셨다네. 또한 마음이 가난하고 겸손하며 인정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할지니 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다네.”

스테파니치는 마틴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에 차 마시는 것도 잊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테파니치의 볼에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한 잔 더 들고 가게나 이렇게 말했지만, 스테파니치는 컵을 밀어 넣고 일어섰습니다. “고맙네 마틴, 정말 잘 마셨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훈훈하게 녹았네.” “종종 들러주게나 나는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니까 마틴이 보내는 인사를 합니다. 스테파니치가 나갔습니다.

 

마틴은 다시 구두를 꿰매기 시작했습니다. 꿰매면서도 창밖을 바라보며 연신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고대하며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만 생각했습니다. 머릿속은 그리스도가 말씀하신 여러 가지 일들로 꽉 들어차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두 병사가 지나가고 그 뒤로 이웃집에 살고 있는 주인이 반짝 반짝 윤이 나는 방한신을 신고 지나가고 빵가게 사람이 그 다음을 지나갔습니다.

이때 낡은 신을 신은 은 여자가 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창 바로 옆까지 와서 발을 멈췄습니다. 마틴이 창 너머로 바라보니 다른 마을 사람인 듯한 허술한 차림새로 아기까지 데리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바람을 등지고 아기가 춥지 않도록 감싸주려 했지만 감싸줄 덮개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자가 입고 있던 옷은 얇은 여름옷이었습니다. 마틴이 불렀습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이런 추위에 왜 거기서 아이를 울리고 있어요? 여기로 들어오세요. 따뜻한 방안이 아기 달래기는 좋을 것이오. 어서 들어오세요.” 여자는 깜짝 놀라 마틴을 쳐다보고 마틴이 안내하는 대로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여기 앉으세요. 난로 가까이에 와서 몸을 녹이면서 아기에게 젖을 주도록 해요.” 아기 엄마가 대답합니다. “젖이 나오지 않아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여자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오지 않는 젖을 아기에게 물립니다. 마틴은 빵을 준비하고 스프를 꺼내 그릇에 담았습니다. “아주머니, 어서 먹어요. 아기는 내가 안고 있을 테니까. 나도 예전에 아기가 있어서 좀 볼 줄 안답니다.”

여자가 식탁에 앉더니 먹기 시작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여자는 자기 신세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은 군인으로 여덟 달 전에 멀리 전속되었는데 그 뒤로 통 소식이 없답니다. 남의 집 하녀로 들어갔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아기를 낳았고, 하지만 아기가 있으면 일을 하지 못한다고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석 달째 일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입고 있는 옷까지도 다 팔아버렸습니다. 유모 자리를 찾았습니다만 젖이 나오지 않는다고 써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장사를 하는 어느 집에 갔다 오는 길이랍니다. 써주겠다고 약속을 해서 멀리까지 아기를 데리고 찾아갔습니다. 이야기가 다 된 줄 알고 갔는데 다음 주부터 오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집이 어찌나 멀던지 지쳐서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자기보다 어린 아기가 여간 고생이 많지 않았답니다.

아주머니의 말을 들은 마틴은 긴 한숨을 쉬면서 말합니다. “따뜻한 옷이 없나요?” 따뜻한 옷을 입어야할 때가 되었는데, 바로 어제 하나밖에 없는 목도리를 저당 잡혔다고 합니다. 마틴은 일어나서 벽 쪽으로 가서 한참 부스럭거리더니 낡은 외투, 그것도 어깨는 없는 낡은 외투 하나를 찾아 내왔습니다. “이거라도 입어보세요. 낡았지만 아기는 감쌀 수가 있을 거예요.” 여자는 외투와 노인을 번갈아보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여자가 말합니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내려주실 것입니다. 아무래도 주님께서 저를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신 모양입니다. 하마터면 이 아이가 얼어 죽을 뻔했어요. 집을 나설 때는 견딜 수 있을 정도였는데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이것은 분명 주님께서 할아버지를 창가에 앉게 하셔서 가엾은 저의 모습을 보게 하신 것일 겁니다.”

여자는 마틴이 준 소매 없는 외투를 입고 그 속에 아기를 감싸 안고 다시 허리를 굽혀 마틴에게 인사했습니다. 마틴이 돈 얼마를 아주머니에게 줍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것이라도 받으세요. 이것으로 목도리를 찾아서 다시 두르도록 하세요.” 아기 엄마를 배웅했습니다.

 

여자가 가고 마틴은 다시 일감을 붙잡습니다만 창밖을 내다보는 일은 잊지 않습니다. 창문으로 그림자가 비치면 얼른 고개를 들어 누가 지나가나 하고 바라보았습니다. 문득 바라보니 창문 바로 앞에 할머니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사과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사과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고 대신 나무 부스러기 같은 자루를 어깨에 메고 있었습니다. 아마 공사장에서 나무 조각들을 주워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어깨가 아파서 다른 쪽 어깨에 자루를 메려고 자루 속의 나무 부스러기를 추스르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자루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찢어진 모자를 쓴 사내아이가 할머니의 바구니에서 사과 한 개를 훔쳐 달아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재빨리 눈치를 채고 아이의 옷소매를 붙잡았습니다. 아이는 소리 지르면서 욕을 해댑니다. 마틴은 바늘을 마루 바닥에 던져두고 얼른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할머니는 사내아이의 머리카락을 잡고 욕을 하면서 경찰서에 가자고 소리 질렀습니다. 사내아이는 죽을힘을 다해서 발버둥 쳤습니다. 마틴은 말립니다. “할머니, 그리스도 이름으로 용서해주세요.” 할머니는 분이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게 경찰서로 끌고 가서 혼을 내야해요.” 마틴이 다시 할머니를 달랩니다. “할머니, 그만 놓아 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놓아주십시오.” 할머니는 손을 놓습니다.

사내아이가 도망치려는 것을 마틴이 얼른 붙잡아 세우면서 말합니다. “이제는 되었다. , 이 사과를 가지고 가거라.” 마틴은 바구니에서 사과 하나를 집어 사내아이에게 줍니다. 그러면서 할머니에게 사과 값은 자기가 치르겠다고 말합니다. 할머니가 말합니다. “공연한 짓을 해서 아이들 버릇 그르치면 안돼요. 저런 애들은 한 일주일쯤 혼을 내주어야해요.” 마틴이 할머니를 달랩니다. “할머니, 주님의 뜻은 그게 아니에요. 사과 한 알 때문에 이 아이를 때려야한다면 죄 많은 우리는 어떤 벌을 받아야할 것 같습니까?” 할머니는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마틴은 할머니에게, 주인은 종이 진 빚을 용서했지만, 그 종은 자기에게 빚진 자기 동료를 괴롭혔다는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할머니는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사내아이도 그대로 서서 듣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죄를 용서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죄를 용서받을 수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라도 용서해주어야 하거늘 하물며 철없는 이런 어린아이야 더욱 그렇겠죠.” 마틴은 열심히 성경의 말씀을 가지고 그 할머니와 사내아이에게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아이들은 너무나 버릇이 없어서.” “그러니까 할머니, 우리가 가르쳐야지요.”

할머니 마음은 완전히 풀어졌습니다. 사내아이에게 할머니가 말합니다. “너도 물론 철없는 생각에 그런 짓을 했겠지.” 할머니가 자루를 들어 올리려고 하자 사내아이가 재빨리 나섰습니다. “제가 들어다드릴게요. 어차피 제가 가는 길이니까요.” 할머니는 자루를 들어 사내 아이 어깨에 올렸습니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마틴에게 사과 값 받는 것까지 잊어버렸습니다.

 

두 사람이 가고 난 뒤 마틴은 집안으로 돌아와 다시 일감을 붙잡았습니다. 일을 하는 사이에 어느 덧 날이 저물어 바늘구멍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틴은 일을 끝내고 벽장에서 성경을 꺼냈습니다. 성경을 펼치자 어제 저녁 꿈이 생각났습니다. 꿈이 되살아나는 동시 무엇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틴이 뒤를 돌아다보니 어두컴컴한 구석에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확실히 사람인데 누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마틴 귀에 소곤댔습니다. “마틴, 마틴,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그때 어두운 구석에서 정원지기 스테파니치가 앞으로 나오더니 빙그레 웃고 사라졌습니다.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스테파니치가 나였다.” 다시 어두운 한 구석에서 아기를 안은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여자가 미소를 짓고 아기도 방긋 웃다가 사라졌습니다. 목소리가 말합니다. “그것도 나였어.” 이번에는 할머니와 사과를 가진 사내아이가 함께 웃으면서 왔다가 사라졌습니다.

마틴은 몹시 즐거워졌습니다. 안경을 끼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의 첫머리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가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다.’ 같은 페이지 아래쪽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마틴은 깨달았습니다. 이날 어김없이 그리스도가 자기에게로 오셨고, 자기가 그리스도를 대접했다는 사실입니다. 마틴이 꾼 꿈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의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도 있다.’입니다.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53:5) 이 말씀을 또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였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4:11)